“오랜 이국 생활에도 정체성을 지켜온 한민족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재외동포(고려인) 국내 체류 및 정착 지원을 위한 정책 대화’. 재외동포청(청장 이상덕)과 이용선·이재강·박해철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고려인 동포가 직면한 현실과 제도적 한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고려인들을 포용할 촘촘한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터져 나왔다. 박해철 의원은 “2023년 고려인동포법 제정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분상 불안정과 경제적 궁핍, 언어·문화적 차이라는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 단순 노동만 강요하는 ‘이원화 비자’
참석자들이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재외동포(F-4)와 방문취업(H-2)으로 나뉜 이원적 체류자격(비자) 제도였다. 동포임에도 ‘외국 인력’으로 취급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약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개인의 능력이나 선호와 관계없이 단순 노동 업종에 종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영숙 안산시 고려인문화센터장은 “H-2 체류자격의 동포를 저렴한 노동력으로만 봐선 곤란하다”며 “이들을 적극 포용하는 것이야말로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문제의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H-2와 F-4 비자를 통합하는 등 체류자격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92.5%는 “한국 살고 싶다”
차세대 교육 문제도 과제로 떠올랐다.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KGN)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청소년 92.5%가 “한국에서 계속 거주하고 싶다”고 답했지만, 상당수가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 공유됐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한국 정규학교 적응이 힘든 고려인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 밖에도 국적 회복 지원, 진로 상담, 기술전문대학 트랙 강화, 장학금 확대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이날 정책 대화에는 법무부, 교육부 등 관계 부처 담당자들이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변철환 재외동포청 차장은 “사명감을 갖고 고려인 동포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체류 자격, 고용 환경 개선, 차세대 교육 등 오늘 논의된 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이민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