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인 6월, ‘이달의 재외동포’로 박병헌(朴炳憲, 1928~2011) 전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단장이 선정됐다. 10일 재외동포청(청장 이상덕)은 선정 이유로 박 단장이 6.25한국전쟁 참전과 모국발전, 재외동포사회의 위상 제고에 이바지한 사실을 꼽았다.
경남 함양이 고향인 박병헌 단장은 12세 나이에 도일(渡日), 해방 직후 재일동포 청년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훗날 민단의 리더로 성장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대학생 신분으로 ‘재일학도 의용군’의 일원으로 참전을 결행했다.
재일학도 의용군들(642명 참전, 135명 전사)은 재외국민이라 참전의 의무도 없었지만, 조국 수호를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걸었다. 펜 대신 총대를 잡은 청년 박병헌은 제1진으로 미군에 배속돼 인천상륙작전에 참전, 작전이 끝난 뒤 소집해제 명령을 받자 다시 대한민국 육군에 입대한다. 한국군 소위로서 부대원을 이끌고 용문산 전투를 비롯한 주요 전선에서 분투했다.
훗날 민단의 지도자로 성장한 박 단장은 재일동포의 6.25참전 사실을 기리기 위하여 1979년 인천 수봉공원에 ‘재일학도의용군 참전기념비’, 도쿄 미나토구 민단중앙회관 앞 기념비 건립에 앞장서는 등 역사의 보존과 계승에도 힘을 기울였다.
말단 사무원부터 국장, 부단장, 중앙단장에까지 오른 이력이 말해주듯 ‘민단의 심볼’이었던 박 단장. 중앙단장 시절인 88서울올림픽 재일동포 성금 100억 엔 모금 시에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교섭에 나서, 기부금 면세조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1987년에는 지금의‘세계한인회장대회’모태인 ‘해외한민족대표자회의’ 설립을 주도, 전 세계 동포 지도자 303명을 도쿄로 초청하기도 했다.
고향 사랑도 각별했다. 경남 함양군에 벚나무 1만2천 그루를 기증, 매년 봄 백운산 자락 16km구간에서 열리는 ‘백운산 벚꽃축제’의 기틀을 세웠다.
정부는 이러한 그의 공로를 인정, ▲1975년 보국훈장 삼일장 ▲1989년 체육훈장 청룡장 ▲1994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했다.
이상덕 재외동포청장은 “박병헌 단장은 재외동포의 정체성과 권익을 지킨 것은 물론 조국에 헌신한 민족 지도자”라며, “6월 호국보훈의 달과 한일수교 60주년을 맞아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이민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