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전략연구소는 5월 13일자 보고서에서 한반도 ‘두 국가’를 공식화한 북한의 개정 헌법 문제를 다뤘다. 동 연구소의 김일기 북한연구실장의 분석 자료를 요약해서 전한다. 본 내용은 김 실장 개인의 견해로 통일일보의 공식입장은 아니다.
1. 헌법 개정을 통한 김정은 절대권력과 두 국가 체제 명문화
3월에 개정된 북한 헌법은 김정은 유일 지배 체제를 제도적으로 완성하고 한반도의 '두 국가 시대'를 공식화했다. 선대 지도자의 흔적을 삭제하고 국무위원장의 권한을 극대화했으며, 대한민국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별개의 국가로 규정했다.
2. 분석 요지
① 김정은 유일 지배 체제의 제도적 완성
국가수반 지위 확정: 국무위원장을 정치적 권위를 넘어 국제법상 국가원수를 의미하는 '국가수반'으로 재정의했다. 대외적인 국가 대표권과 신임장 접수권도 국무위원장에게 귀속시켰다.
무소불위의 권력 보장: 국무위원장이 어떠한 기관에도 책임지지 않는 절대권력자임을 헌법에 명시했다. 최고인민회의의 소환 권한을 삭제하고, 국가기구 배치 순서에서도 국무위원장을 최상위에 배치했다.
입법 및 인사권 장악: 국무위원장에게 입법 거부권을 부여하고, 최고인민회의 휴회 중에도 주요 간부를 임명하거나 해임할 수 있는 전권을 부여했다.
② '두 국가론'의 헌법화와 통일 노선 폐기
영토조항 신설: 헌법 제2조에 대한민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음을 명시하며, 남북을 별개의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이는 통일의 상대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일방적으로 폐기한 것이다.
민족 공동체 의식 삭제: 서문과 본문에서 '조국 통일', '자주·평화통일' 등 통일 관련 표현을 전면 삭제했다. 또한 '평양문화어' 사용을 명문화하고 '애국가' 명칭을 삭제하는 등 남북이 동일 언어·문화 공동체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③ 핵보유국 지위의 헌법적 고착화
핵무력 운용체계 격상: 핵무력 지휘권을 국무위원장에게 부여하고, 이를 법률 차원이 아닌 헌법적 원칙으로 고정했다.
핵 사용 권한의 위임: 김정은 부재 시 사전에 위임받은 기구가 핵을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는 한미의 참수 작전 등에 대응해 핵 억제 체계의 생존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④ 사회주의 수사의 후퇴와 국가주의로의 전환
체제 성격 변화: '사회주의 헌법'이라는 명칭에서 '사회주의'를 삭제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으로 변경했다.
현실주의적 반영: 무상치료, 세금 폐지 등 실효성이 떨어진 사회주의 선전 조항들을 대거 삭제했다. 이는 북한 사회 내부의 시장화와 현실적인 변화를 헌법이 수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3. 평화공존을 위한 제언
냉정한 현실 인식: 두 국가 시대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대적 대결이 아닌 '평화와 공존'으로의 국면 전환을 정책 과제로 삼아야 한다.
독자적 신뢰 구축: 북한의 즉각적인 반응에 연연하지 말고, 상호 비방 중단과 군사적 충돌 방지 등 우리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안전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
실용주의적 접근: 중국의 성장을 이끈 '흑묘백묘론'처럼, 지금은 통일이라는 명분을 앞세우기보다 평화공존의 질서를 먼저 만드는 '한조관계론'의 실용적 공존 논리가 필요하다. 통일은 장기적 과정으로 인식하되, 당장은 평화적 공존을 정책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