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5조 방위비 부담 속... 미군감축 가능성에 촉각
【서울】 미국이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감축을 공식화하면서 주한미군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의 안보 기여 부족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온 가운데, 실제 병력 조정이 단행되면서 ‘주한미군 변수’가 다시 부상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1일(현지 시각) 주독미군 3만6000명 가운데 5000명을 6~12개월에 걸쳐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이란 사태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와 한국·일본 등 동맹국이 군사적 지원에 소극적이라며 불만을 표시해 왔다. 이번 조치는 동맹의 기여도에 따라 군사 자산을 조정하는 이른바 ‘거래적 동맹관’이 현실에 반영된 첫 케이스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국방부는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미국의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은 주한미군 규모를 2만8500명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감축 시에는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 부합성과 한국과 일본, 유엔군사령부 회원국 등과의 협의를 전제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병력 규모라는 숫자보다 ‘역할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국방 전략이 중국 견제와 본토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함에 따라, 주한미군 역시 한반도 방어에 국한되지 않고 인도·태평양 전반에 투입 가능한 전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신속 기동군’ 개념이 적용될 경우, 주한미군은 북한보다 중국 견제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남침 저지를 위한 미군의 역할이 변형되는 것이다. 이는 한국이 자력 방위 부담을 가중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용 문제도 한국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한국은 2026년 기준 1조5192억 원의 주한미군 주둔비를 부담하고 있으며, 이는 매년 물가 상승률과 연동해 증가하는 구조다. 동맹 비용과 역할 재조정 논의가 맞물릴 경우, 방위비 분담과 전략적 역할 확대를 둘러싼 한미 간 인식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주독미군 감축이 유럽 내 병력 조정을 넘어, 미국이 동맹 운용 방식을 재설계하는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주한미군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의 안보 전략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