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한일 60주년-자이니치리더(4)

<제1편> 서갑호 : 주일한국대사관 기증한 모국투자 선구자 EP4
日付: 2025年04月23日 01時40分

EP4. 주일한국대사관 기증비화(秘話) 

서갑호를 상징하는 멘트로 주일한국대사관 기증자도 놓칠 수 없다. 1962815일 행한 그의 기증은 재일동포사회 공관 건설운동의 마중물이었다. 홋카이도부터 규슈까지 일본 전역에서 사저기증 또는 모금운동을 통한 조국의 공관을 짓는 캠페인이 들불처럼 번져나갔던 것.

결과는 놀라웠다. 재일동포들은 일본 내 10개 공관 가운데 9개소를 세웠고, 아무 조건 없이 대한민국에 기증했다. 서갑호의 도쿄 대사관을 위시해 오사카, 요코하마, 나고야, 고베, 삿포로, 센다이, 후쿠오카, 히로시마, 시모노세키(후일 히로시마로 이전) 총영사관이 재일동포의 힘으로 세워졌다.

도쿄도 미나토구 미나미아자부 1번지.

주일한국대사관이 위치한 미나미아자부는 일본 제일의 부촌으로 예로부터 일본의 권력실세들이 모여 사는 특별지대다. 그곳에서도 1번지 땅이 대한민국 땅이며 소유주가 서갑호란 한국인이란 사실은 그 자체로 놀라움을 선사한다.

부지 넓이만 3,091평에 달하는 이 땅은 메이지시대에는 마쓰가타 마사요시(松方正義), 1940년대 태평양전쟁 때는 요나이 미쓰마사(米内光政)가 기거했다. 두 사람은 공히 일본정치 최고봉인 총리대신까지 올랐던 권력가였다. 일본 패전 후 GHQ시절에는 덴마크 공사가 관저로 사용했다.

서 사장은 아자부 땅을 한국정부에 기증하기 전에도 한국에 무상대여를 하고 있었다. 건평 150평 크기의 2층 목조건물까지 통째 빌려주고 있었고, 매수시점은 195110월이었다. 당시 주소는 도쿄토 미나토구 아자부타케야쵸 1-5번지(東京都 港区 麻布竹谷町 1-5).

서갑호 소유시절 주일대사관 건물(1950년대)

대사관 부지 매입경위


그렇다면 서갑호 사장은 어떤 동기로 아자부 대지를 매입한 걸까? 오사카 사업가가 도쿄에 집을 산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관련해서 몇 가지 설이 내려오고 있다.

첫째는 조선왕조의 마지막 왕세자인 영친왕 이은(李垠)의 거처로 샀다는 설이다. 당시 주일대표부 수석대표 김용식 공사는 정부의 지침을 받았다.

영친왕과 그의 도쿄 아카사카 저택에 대한 반환교섭을 벌여라.”

정부 논리는 영친왕의 집은 일제 때 일왕이 하사했으며 이후에 조선총독부 재산이 됐다고 봤다. 요컨대 적산가옥(敵産家屋, 적국인의 재산)이니까 환수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영친왕은 반발했다.

아카사카 집은 일본 천황(일왕)이 내게 하사한 것이 맞소만. 어디까지나 나의 사유재산이오.”

당시 정부는 집요하게 반환공세를 벌였다. 김용식 공사의 선임인 김용주(金龍周) 공사 시절에도 수차례 영친왕에게 반환을 요구했다. 영친왕의 저택은 왕실시설인 아카사카어용지 근방, 영친왕은 1930년에 일왕으로부터 정원이 딸린 지상 2, 지하 1층 주택을 받았다.

첫 번째 설은 정부가 서갑호 사장에게 영친왕과의 교섭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영친왕의 아사사카저택을 양도받고, 대신에 서 사장이 영친왕 거처를 마련하거나 알선하라는 주문을 받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 사장이 아자부 땅을 사서 정부에 임대하면서 영친왕과의 갈등은 정리되었다.

두 번째 설은 GHQ 점령 하에 있던 일본 사정과 관련된다. 날개 떨어진 일본 권력자 혹은 일본 당국이 부족한 자금을 융통하려고 한국인 서갑호를 이용했고, 그 보상책으로 아자부 땅을 서 씨에게 팔았다는 것이다. 서 사장은 군복을 납품하는 방적회사 오너였기 때문에 GHQ와는 깊은 교류가 있었다. 이를 알고 있던 일본의 실력자들이 달러 조달 내지 GHQ와의 거래를 위해 서 사장을 중개인으로 삼았고, 그 과정에서 아자부 땅이 서갑호에게 들어왔다는 설이다.

세 번째 설은 당시 한국과 일본 정부, GHQ3각 딜의 소산으로 보는 것이. 도쿄에 공관이 필요했으나 반일 노선을 추구했던 이승만 정부가 일본에 직접 부탁할 수 없는 처지라서 GHQ가 다리 역할을 했다는 것, 즉 정부가 서갑호를 통해서 대표부로 쓸 아자부 땅을 매입했다는 시나리오다. 김용식 공사는 자서전에서 “(김 공사가) 대표부 건물을 물색하다가 아자부 부지를 찾았고, 오사카로 내려가 서갑호 씨를 만나 매입을 부탁했다고 썼다. [서울=이민호]

* 지원 : 재외동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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